-끝없는 전쟁
-엑소리의 급습-
그의 발이 메말라 갈라진 땅을 거세게 내리찍었고, 그 밑에 깔린 반달의 목이 부러지며 에테르가 뿜어져 나왔다.
레질이 몸을 돌리자 드렉 세 마리가 달려들었다. 몰락자 대장이 전기로 된 검을 높이 들어 올리며 용기를 북돋기 위한 함성을 내질렀다.
레질의 자동 총기가 불을 뿜었고 드렉들이 쓰러졌다.
몰락자 대장에게 레질은 자신의 악마 형제들 사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광을 안겨줄 상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레질에게 있어서 그 대장은 이미 관심 밖의 존재였다. 레질의 주먹에 의해 터져나간 해적의 몸에서 에테르가 새어 나오는 동안, 레질의 관심사는 이 뒤에 일어날 피할 수 없는, 미지의 전투에 가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매 순간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테스칸 골짜기 조우-
두 모서리 하단에 생소한 문양이 그려진 범선이 머리 위에 떠 있는 건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몰락자들의 범선은 마치 사냥중인 상어처럼 이렇게까지 지표면 가까이 내려올 일 없이 멀리 떠 있곤 했기 때문이다.
범선 밑에선 소형선들이 시설을 약탈할 준비를 마친 몰락자들을 가득 실은 채 맴돌고 있었다.
레질은 로켓 발사기를 들어 올렸다. 조준이 완료되었다는 전자음과 함께, 발사기가 가장 앞서가던 소형선을 향해 연기를 뿜었다.
뒤이어 두 개의 로켓이 추가로 발사되었다.
선두의 소형선은 두 개의 로켓을 맞고 휘청이더니 그대로 방향을 틀어 범선으로 향했다.
세 번째 로켓은 적을 향해 선회하는 다른 소형선에 직격했다.
레질은 뒤를 돌아보았다. "가."
"범선을 혼자서 상대하려고?" 하사가 웃었다.
"저걸 노리는 게 아니야." 레질에겐 계획이 있었다. 하사는 항상 질투심 반 걱정 반의 마음을 담아 레질의 계획을 싫어했다.
"소형선들의 주의를 끌어줘."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나-"
"죽으면 만나지도 못해." 토버가 내뱉었다.
레질은 헬멧 아래서 미소지었다. "가."
하사와 토버는 참새를 몰고 울창한 숲속으로 사라졌다. 레질은 몸을 숨기고 소형선이 그들의 뒤를 쫓아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아래의 몰락자들은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로켓을 이용한 기습은 확실히 성공적이었지만 이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고, 그가 언듯 훑어보아도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레질은 소나무와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오가며 산기슭에 자리 잡은 몰락자 무리를 향해 비탈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
그의 곁에는 고스트가 따라오고 있었다.
"물러나 있어."
"어...."
"날 믿어."
"항상 믿고 있어요."
"얼마나 빨리 날 되살릴 수 있지?"
"죽을 생각이에요?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
"얼마나 빨리?"
"아주 빨리할 수 있어요."
"그럼 준비해."
"뭐를요?"
"보면 알 거야."
수호자가 계곡 밑바닥에 도착하는 사이, 레질의 고스트는 속도를 줄여 거리를 벌렸다.
몰락자가 공격을 시작했다.
레질은 참새에서 뛰어내렸고, 기기가 전송되어 사라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소총이 진영을 갖추고 있는 해적들에게 납탄을 퍼부었다.
몰락자의 전기 탄들이 레질에 직격해 타는 냄새를 흩뿌렸다. 성급한 드렉들이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가 전진하는 걸음에 맞춰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타이탄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큰 구덩이가 파였다. 범선이 레질을 향해 포를 돌린 것이었다.
또 다른 폭발이 그의 왼쪽에서 일어났고, 라질은 그 여파에 비틀거렸다. 곧이어 세 번째 폭발이 그의 발치에 일어났고....
...그는 무너져내렸다.
그의 고스트는 수목선 끝자락에서 몰락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고, 한 소형선이 범선에서 나와 아래로 하강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레질을 둘러싸고 있던 원이 갈라지며 위용 어린 켈이 자신의 전리품을 감상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흥분한 울음소리들은 켈이 축 늘어진 레질의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리는 사이 잔잔한 웅성거림으로 가라앉았다가 함성으로 뒤바뀌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켈이 모두가 볼 수 있게 레질의 몸뚱이를 머리 위로 올리는 순간 그 소리는 더욱 커졌다.
레질의 고스트는 그 몰락자들 사이로 날아 들어갔다. 그는 레질의 계획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젠 이해했다.
켈이 움켜쥔 전리품에 정신이 팔린 몰락자들은 빛이 레질의 몸을 훑는 순간까지도 고스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순간, 환호성이 고함으로 돌변하며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빛이 사그라들자 켈의 시선이 고스트로 향했고 몰락자들이 날뛰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혼돈이 찾아들었다.
켈이 황급히 레질의 몸을 던져버리려는 순간, 차가운 금속이 외계 약탈자의 턱 밑에 와닿았고 뒤이어 레질이 방아쇠를 당기자 붉은빛이 뿜어졌다.
에테르가 성이 난 온천수처럼 솟구쳤고 켈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레질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몰락자 지배자의 몸통을 향해 다섯 발을 더 쏘았고, 괴물은 그대로 쓰러졌다.
광분한 켈의 부하들이 홍수처럼 몰려들었다.
레질의 고스트가 신경질적인 것을 넘어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이에요! 지금!"
물 흐르듯 하나의 동작으로, 레질은 웅크리고 있던 자세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 안에서 생성된 전기 에너지는 움켜쥔 채 높게 들어 올린 주먹을 통해 솟아 나와 켈의 가슴에 퍼부어졌다. 레질의 공격이 만들어낸 충격파는 마치 운석처럼 켈을 포함한 주변을 강타했고, 켈의 육신을 산산조각내다 못해 대혼란의 폭풍 범위 내에 있는 모든 몰락자를 증발시켜버렸다.
남은 몰락자들은 튕겨저 날아가 폭풍이 남긴 여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레질이 참새를 소환하자 그의 곁으로 고스트가 날아들었다.
"떠나는 거죠?"
"저 범선이 우리를 향해서 폭격하기 전에."
레질은 몰락자들이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요." 그의 고스트가 애원했다.
그 말에 레질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전쟁이 계속된다면 '다시는'이란 말은 허상에 불과했으니까.
-북부 수로 수비-
남쪽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연기를 몰아내고 무겁던 공기가 비로소 맑아지기 시작했다.
눈에 덮인 작은 거주지의 시민들이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레질은 그들의 지쳐버린 얼굴에서 작지만 희망의 편린이 머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줄곧 이 야생에서 삶을 이어왔다. 생존. 전투. 은둔. 이들은 안전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긴 했지만, 안전하고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치고 진실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레질과 그의 동료들은 이 몰락자들을 몇 주 동안 추적했다. 그들을 보다 빨리 처지할 수 있었더라면 이 마을도 무사했을 터였다.
비록 이 폐허에 소수지만 생존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 전투가 나름의 승리라는 것을 증명했지만, 레질은 아무리 그 의미가 깊더라도 이처럼 작은 승리를 거두는 것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날 저녁, 레질과 동료들은 생존자들을 모아 여행자 밑에 자라나고 있는 도시를 향한 긴 여정 시작했다. 일부 거주민들은 길들지 않은 야생을 택하며 그 폐허에 남았다.
레질은 이들의 결심을 존경했지만 뒤돌아보진 않았다. 이 용감한 개척자들이 피한 죽음의 그림자가 언젠간... 어떤 형태로든 그들에게 찾아오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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