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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y 1 개인 번역/강철 군주 관련

실리마 경

by 비명버섯 2020. 9. 24.

-위대한 건축가

 

실리마 경은 자신의 돌무더기를 위해 죽었다.

 

그는 구호품 전투에서 몰락자들이 그 무더기를 차지했을 때 죽었다.  전쟁군주들이 세 번째로 집중포화를 쏟아부어 무너뜨렸을 때도 죽었으며 악마의 가문이 서부 원정 때 들이닥쳐 무너뜨렸을 때도 검날이 미간에 박힌 채 죽었다.

그는 이 건축물이 클러스터 폭탄에 무너지는 동안, 몰려드는 집정관의 손에 베여 중앙 계단에서 죽었다. 

 

이 건물의 곧게 뻗은 그림자 그리고 자랑스레 치솟은 고층부 모두에서, 죽었다.

 

한 번. 몰락자에게 포위당하고 총안이 뚫린 흉벽마저 발밑에서 무너져 내렸을 때, 그는 흉벽의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벽의 구조를 더욱 잘 살피고, 그 흉벽의 돌과 쇠를 짓누르는 하늘의 무게를 알기 위해서였다.

"다시 벽을 세울 때, 더 잘 만들기 위해서지." 도무지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에 의문을 표한 동료들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몰락자들이 들이닥치고 다른 이들이 더 안전한 장소를 찾아 퇴각하는 동안, 실리마는 자신이 지은 것을 내버리고 떠나길 거부했다. "가." 그가 말했다. "어서 도망쳐. 내가 저놈들을 늦출 테니."

 

적들은 압도적인 숫자와 힘으로 몰려들었다. 검날과 화력과 죽음으로 가득 찬 물결이었다. 건축물의 중앙 방벽에서 실리마 경은 제 자리를 지켰다.

 

"어디 차지할 테면 차지해 봐라 개자식들아!" 그는 몰려드는 적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거대한 건물 위로 뛰어올랐고, 적들이 그를 포함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와중에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건물이 폭발로 인해 흔들리고 돌이 쏟아지는 동안, 그는 집정관의 복부 깊숙히 단검을 찔러넣은 채 죽었다.

그날 밤. 실리마 경이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났을 때, 살라딘이 이미 그가 마지막까지 지켰던 장소 근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못 써." 어둠 속에서 살라딘이 말했다. "너도 알지 않나."

 

"아니, 쓸 수 있어." 실리마가 말했다. "무너질 운명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아예 못 쓴다는 건 지나친 표현이야."

 

"마음대로 말해. 하지만 이곳은 다른 말로는 '지킬 수 없다'고 할 수 있어. 그런데도 매번 다시 짓는군."

 

"보다 더 완벽하게 짓기 위해서지."

 

살라딘 경은 고개를 내저었다. "똑같은 것을 계속 다시 만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이 돌은 우리와 같아." 실리마 경이 말했다. "모르겠나?"

 

실리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폐허 속 산산이 조각난 돌덩어리들 사이를 걸어 나갔다. 그의 시선이 쌓여있는 적들의 사체로 향했다. 한때 웅장했던 요새는 새카맣게 타고 흩어진 돌무더기로 변해 있었다.

 

"저들은 너와 나, 우리 모두를 계속 무너트리지."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린 다시 일어나. 이곳처럼."

 

"열 한 번이야. 네가 지은 걸 저들이 열 한 번이나 무너뜨렸어." 살라딘이 말했다. "어차피 무너지고 말 것을 왜 굳이 다시 짓는 거지?"

 

"왜냐하면 언젠가는 무너트리지 못할 테니까." 실리마가 말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지켜낼 수 없는 이 요새가 굳건하게 버티게 되면, 그때는 확신할 수 있을 거야."

 

"무엇을?"

 

실리마 경은 그의 오랜 친구를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부서진 돌 사이를 걸어나갔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먼 곳까지 계속 이어지는 폐허를 좇았다. "우리 도시를 하늘 높이 세워올려도 될 거라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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