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리스의 저주 DLC 당시 나왔던 웹로어
"고스트, 새 파일을 열어. 연구 기록 TK-48725.8, 분류: 클로비스 브레이."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고스트' 말이야? 벌써 3세기 넘게 이야기 했잖아. 넌 실제로 고스트이기도 하고. 다른 이름이 갖고 싶다면 네가 직접 고르렴."
"그러죠. 다들 탑으로 돌아간 와중에 우린 여전히 여기 남았으니, 제 이름을 고를 시간은 넘치니까요."
"그럼 고민하는 동안 내 파일 좀 열어주겠어?"
"네에네에"
"고마워. 연구 기록 TK-48125.8. 자유요새... 브레이 착륙지에서 회수한 데이터에 관하여. 키렌이 그곳에 숨겨져 있던 온전한 데이터 코어들을 발견했고, 도시가 습격당하기 직전에 회수해왔다."
"이 작은 기적이 난 너무나도 흥미롭다... 찰나에 갇힌 채 한 문명의 끝과 수 세기에 걸친 부식, 그리고 침략해오는 이들의 게걸스러운 이빨로부터 살아남아 기어코 회수되었음에도 결국 두 번째 전쟁의 표류물이라는 결말을 맞이하고만, 석영과 실리콘 속에 담겨 얼어붙은 기억이라니. 이것들이 붕괴로부터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주 놀라운데, 붉은 전쟁까지 무사히 넘겼다니? 실제로 그럴 확률은..."
"타이라?"
"왜 그러지, 고스트?"
"흠흠. 또 두서없이 말을 하고 있어서요. 그럴 때마다 알려달라고 했잖아요?"
"고마워. 말했듯이, 이 데이터는 6개월도 더 전에 회수되었지만 이제서야 겨우 해독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2.6 엑사바이트 분량의 문서와 도식만이 해독되었다. 언듯 보기에 대부분 브레이가 남긴 쓸모없는 데이터에 불과하다. 보고서, 결재 기록, 메모 등. 추진 장치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메모를 발견해 이미 아만다에게 보내두었고, 클로비스 브레이의 역사에 관해 작업하고 있는 마스터 맬리벤더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자매간 주고받았던 메세지 일부도 발견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굉장히 특이한 걸 발견했다. 비록 일부 파일이 삭제되어 손상된 기록이긴 하지만, 헬라스 분지에 있는 브레이 시설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크다는 걸 뒷받침해주기에는 충분한 기록을 말이다."
"헬라스 분지요? 그 관광지 말이예요?"
"그래 거기.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그곳에는 AI가 주도하는 관광까지 갖춰놓은, 대외 홍보를 위한 브레이테크 퓨처스케이프가 세워져 있다. 여태까지 그곳에서 이루어진 연구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추운 날씨를 견뎌낼 장비나 만드는 수준의 하급 프로젝트 뿐으로, 사실상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점 또한 계속 시사되어 왔다.
"하지만 이 기록이 맞다면, 그 시설은 훨씬 더 큰 역할을 했다. 어쩌면 초기 전쟁지능을 개발한 곳일지도 모르며 라스푸틴의 코어가 자리 잡은 곳일지도 모른다. 전쟁지능이 탄생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 모든 걸 손상된 기록 일부에서 알아냈다고요? 두 번째 전쟁지능을 찾아냈다고 착각했던 그때처럼요? 샤를마뉴의 보관소를 찾겠답시고 몇십 년을 허비했잖아요."
"샤를마뉴가 존재한다는 건 맞았잖아. 단지 그게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헛짚었지만. 그 연구가 아니였다면 우린 서브 마인드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른채로 살아갔을 거야."
"라훌 생각은 다를걸요."
"라훌은 자나깨나 엔그램 생각만 하는 거에서 좀 벗어나야 해. 이래서 수호자들이 황금기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거라고! 우린 잃어버린 문명의 자손이야. 과거를 알아야만 현재를 알 수 있고, 우리가 아는 이 세계가 어떻게 세워졌는 지 알 수 있는 법. 그리고 유물을 찾아내면 낼 수록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걸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돼. 그 깊이를 더하고 새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말이야. 우린 지금 시간이라는 실험실 안에서 각각의 연구 결과를 증거를 통해 비교 검증하며 실험해가고 있어."
"때로는 우리가 내리는 결론이 변하기도 해.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 우리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더 잘 알게 되는 거지. 이같은 자각의 다음 변화를 불러올 정보가 저 화성에 있는 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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