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절 — 장엄하다. 장엄하다.
나의 왕이자 친우 오릭스여. 긴장을 풀고 안심하라. 그 갑옷을 벗어 던지고 손에 쥔 검을 내려놓아라. 어깨에서 힘을 빼고 경계를 늦춰라. 이곳은 생명의 장소, 평화가 머무는 곳이니라.
밖에서 우리는 아주 단순하고도 참된 질문을 던진다. 그대를 죽여도 되겠는가? 그대의 세상을 갈가리 찢어도 되겠는가? 같은 질문을. 여기에 진실로 답해라. 내가 묻지 않는다면 다른 이가 나를 대신해 물을 테니.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악이라 한다. 악이라고! 악은 '사회 부적응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야말로 적응 그 자체인 것을.
아아, 오릭스여, 그들에게 대체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겠는가? 세계는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법칙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정이 아닌 상호 이익으로, 평화가 아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로 이루어 졌다는것을. 이 우주는 멸종과 절멸, 수 천개의 정원 세계를 불살라 버리는 감마선의 폭발과 어린 태양을 집어삼키는 울부짖는 특이점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만약 생명이 살아가고자 한다면, 그 어떤 것이든 최후에 찾아올 종말로부터 살아남고자 한다면 이는 미소가 아닌 검으로, 평온한 곳이 아닌 역경으로 가득 찬 지옥에서, 인공 낙원 속 썩어 문드러진 수렁이 아닌 최후의 심판이 스스로 엄중히 증명해내는 진리이자 유일한 심판자, 그 자체만으로 단위이며 곧 근원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라는 힘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구어내야만 한다. 모든 거짓과 휴전, 그리고 그들이 '문명'이라 부르는 지연 전술을 모조리 벗겨내면 바로 이것이, 이토록 아름다운 형체가 남는다.
이처럼 모든 것의 운명은 충돌 속, 한 실천과 다른 실천 간의 경쟁 속에서 만들어진다. 하나의 방식이 다른 방식과 마주하고, 서로 간에 무력으로 다투며, 언어와 매매를 통해 경쟁하는 것. 이를 통해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채로 끝나지 않고 서로 존재 의의를 갖출 수 있도록 기원하기에 세계가 변하는 거다. 이것이야말로 세계가 모든 것의 끝에서 어떤 모습을 띨지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는 실로 장엄하다. 장엄하다. 유일무이한 진실 그 자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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