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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y 1 개인 번역/책: 슬픔의 서

XXXIV: 안다는 건 진정으로 훌륭한 일이다

by 비명버섯 2020. 11. 8.

— 4:4절 — 안다는 건 진정으로 훌륭한 일이다

 

때때로 난 내가 허무주의자이지 않나 싶다.

 

부수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실제로 다들 그리 말한다. 그 빌어먹을 오릭스, 그놈의 군체만 아니었더라면 우린 최고의 문명을 이륙했을 거라고. 그들은 죽음 외에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진정으로 좋은 것이란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거다.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걸 부숴봐야 하고.

 

난 이 우주가 죽음을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배워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를 안다는 건 진정으로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아무래도 사바툰과 시부 아라스가 그 석판을 내게서 훔치려는 것 같다. 내가 자리를 비우고 심연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 몫의 공물을 끊어버린 게 분명하다. 정말로 사랑스럽다. 그 누구도 감히 나를 무너뜨리려 할 만큼 똑똑하거나 강하지 않으니, 그 둘이 아니고서야 그 누구도 내게 이런 선물을 선사하진 못하지.

 

오래전, 난 시부 아라스를 그녀의  전쟁 위성 위에서 죽인 적 있다. 그때 그녀는 위성을 터트려 나와 함께 동귀어진을 노렸지. 그녀는 기쁨에 가득 차 웃음을 터트렸고 나 또한 웃었다. 무려 위성 통째로 말이다! 결국에는 아깝게 위성 하나 버린 셈이 되었지만, 행성 폭발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는 에큐미네와 싸울 때 필요했지.

 

나는 위성이 조수(潮水)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장대한 시부를 사랑한다. 몇 번이고 거듭해서, 영원토록 그녀를 죽일 정도로.

 

심연에서의 방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내 왕좌를 되찾고 나면 아이를 가져야겠다. 그래, 바로 이거다.

 

사랑하고 죽이기 위한 아들과 딸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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